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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양주 시립 장욱진 미술관 방문 후기

by 백미 baekmi 2022.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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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플하다

제일 처음 "나는 심플하다"라는 문장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저 전시 뭔가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검색을 해보니 장욱진 미술관이라는 곳이었는데 양주에 있다 보니 혼자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기다리기만 하다가, 어느 주말 기회가 되어서 장욱진 미술관에 방문했다. 근데 차를 타고 가도 길이 워낙 비좁은 데다가 길목에 놀이공원도 있고, 큰 절도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많아 이동하는 게 굉장히 불편했다. 차를 타고 와도 이 길은 다시 오기 힘들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도착한 미술관이다.

입구는 거의 동물원에 들어가는 느낌으로 커다랗게 지어져 있었다. 미술관을 들어서고 나서도 놀랐던 것이 단순히 미술관 건물 하나만 놓인 곳이 아니라 양주 시민들을 위한 공원처럼 조성되어있었다. 그러다보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피크닉 겸 이 미술관을 찾는듯 했다. 무슨 미술관에 차가 이렇게 많은가 했더니 피크닉을 온거였다. 가족을 사랑했던 장욱진 화가여서 그런지 몰라도 일부러 미술관에 큰 공원을 조성해서 가족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만든 것 같다. 공원을 지나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에 작은 냇가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차가 막히고 좁은 길을 따라 들어왔는데 이곳 안에 들어오니 마치 우리들만을 위한 유토피아 같은 느낌이랄까. 장욱진 미술관은 그 공원의 가장 가장자리 한편 대지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놓여있는 하얀 우유갑 같은 건물이 동화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다. 

 

 

장욱진

장욱진의 그림은 편안한 그림이다. 미술관을 함께 갔던 지인은 미술에 대해서 관심이 없을 뿐더러 예술가 자체가 괴짜고 미술은 어렵고 불편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음에도 장욱진의 그림을 보고는 지금 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좋은 그림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나도 사실 장욱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었기 때문에 단순히 그림만 봐서는 엄청난 작가인가에 대해서는 와닿지 않았었다. 다만 굉장히 동화 같고 한국적인 정서가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전시를 천천히 따라 올라가다 보니 장욱진이 어떻게 이런 따스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이유는 바로 가족이었다. 장욱진은 우리나라 특유의 나무, 새, 달 등을 그리는 서정적인 그림을 유화로 옮겨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라고 한다. 한국의 단조롭지만 고급스럽고 정감 있는 정서를 잘 녹여내면서도 그 안에 항상 가족을 담고 있는 것이 장욱진 그림의 특징이다. 그냥 대략만 느끼고 있던 것을 전시를 보면 볼수록 더 와닿게 느낄 수 있었던 건 장욱진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느끼면서 이다. 어떻게 보면 그림도 사람 손으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담아낼 수밖에 없다. 따듯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분명 따듯한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욕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장욱진은 가족에 대한 사랑을 오롯이 그림에 녹여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업 작가로서 매진할 수 있었던 것도 가족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족의 사랑을 담은 따듯한 작품이라는 것이 멋지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과 함께한 작품

내가 갔던 전시는 서울대병원 아동센터와 함께했던 전시였다. 병실에 누워있는 아이들의 그림과 장욱진의 그림을 함께 전시하는 기획이었다 . 아이들은  CCTV를 통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고 즐기는지 화면을 통해 생중계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도 그 문구를 읽고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더 하나하나 꼼꼼하게 작품을 감상했던 것 같다. 장욱진은 나이를 물었을 때 57살의 나이에도 7살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버려내야 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더욱 어린아이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말 멋진 표현인 것 같다. 세계적인 작가들도 하나같이 말하기를 아이들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으니, 화풍은 달라도 순수하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은 하나같은 것 같다. 이런 장욱진의 그림과 실제 아이들의 작품이 함께 어우러지는 전시는 굉장히 편안하고 조화로웠다. 순수한 색감과 구성이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을 좋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았다. 

장욱진 미술관에서 또 즐거웠던 것은 아트샵에 있는 굿즈들의 퀄리티였다. 아트샵 굿즈들은 장욱진의 그림을 잘 녹여내면서도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되어있어 아트샵에서 가장 오래도록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어찌보면 단색화, 추상화보다 쉽지만 한국인들이 좋아할 색감과 단조로움을 가지고 있는 장욱진의 그림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장욱진이 했던 "나는 심플하다"는 말처럼 인생도, 그림도 그렇게 살고 그려온 멋진 화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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