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여행엔 바우지움 미술관
추석이라 가족들과 강원도 여행을 갔다. 여행 코스를 짜고 있었는데, 우연히 설악산 근처에 있는 바우지움 미술관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처음 들어보는 미술관이라 긴가민가 하면서 사진을 봤는데 사진 속 미술관이 너무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다. 미술관 대지도 무려 7천 평이라고 하니, 꼭 들려보고 싶어서 바로 코스에 넣었다.
시원한 바람, 깨끗한 바다, 높은 하늘이 아름다운 추석의 강원도 여행은 드라이브를 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했다. 그렇지만 첫 번째 날도 미술관을 다녀와서 엄마는 두 번째 날까지 미술관 가는 건 무리라고 했다. 나도 솔직히 피로하긴 했지만, 안 가면 후회할 것 같아서 점심을 먹고 예정대로 바우지움 미술관으로 향했다. 네비를 찍고 미술관으로 이동하는데 얼마 남지 않은 거리부터 작은 시골마을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골 마을이냐면 우리 차가 SUV였는데 딱 우리 차만 지나갈 수 있는 폭의 골목을 지나가야 했다. 주변에 집들도 대부분 1층 주택에다가 담장도 없는 마을이었다. 내비게이션에 찍혀있는 대로 가고 있으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 계속 확인을 했다. 여기에 미술관이 있는 게 맞나? 7천 평 대지의 미술관이 여기를 지나면 있다고!? 이렇게 긴가민가 하면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작은 마을을 가로질러 통과하자마자 '바우지움 미술관'이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이렇게 시골 마을 어귀에 미술관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이렇게 들어온 미술관은 입구부터 굉장히 멋스러웠다. 돌과 어우러진 콘크리트 벽에 무심하게 툭 걸려있는 미술관 간판도 멋있었고, 높지 않은 층고의 미술관이라 입구에서는 뒷편에 뭐가 있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이 건물 자체가 자연과 굉장히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있다는 점도 멋있었다.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또 미술관을 가는 거에 대해서 약간의 피로감이 있었는데, 이곳에 들리자마자 이 안에는 어떤 작품이 있을지 기대가 됐다. 그리고 입구로 들어가니 좁은 폭의 미로처럼 생긴 길이 나왔다. 이 길을 따라가니 통유리로 된 미술관 건물이 나타났다. 별도의 매표소도 없었다. 이런 소박함이 매력적이었다. 암튼, 티켓을 끊고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미술관은 특이한 구조로 되어있었다. 넓은 대지에 통유리로 된 본관 개념의 미술관이 있고, 그 바로 앞에는 작은 호수가 있다. 그리고 미술관과 호수를 넓은 대지공원이 감싸고 있으며, 그 대지공원에는 세미나실 조각공원 등으로 구성되어있었다.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길 건너편에는 기획전시 공간과 카페가 있다. 그리고 공간 자체도 매력 있지만, 사람이 드문 곳이라 굉장히 조용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조각 감상의 즐거움
보통 그림은 벽에 걸려있고 평면이기 때문에 가만히 서서 작품을 감상해야한다. 물론 캔버스 안에서 펼칠 수 있는 상상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그것도 나름대로의 재미이긴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조각도 굉장히 매력 있는 예술이라는 것을 바우지움 미술관에서 깨달았다. 아무리 아름다운 그림도 내 앞에 놓여있는 대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조각의 경우에는 입체적이기 때문에 뭔가 앞에 놓여있는 작품과 내가 눈을 마주 보고 서서 대화를 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오히려 더 구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작품을 이해하는 것도 그림보다 쉽게 느껴졌다. 앞뒤 양옆을 볼 둘러가면서 볼 수 있고, 만질 수도 있다.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는 느낌이랄까.
평소에는 이런 조각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잘 몰랐던 조각의 아름다움을 바우지움 미술관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부부의 공간
이 바우지움 미술관은 김명숙 작가와 그의 남편 안정모 치의학 박사가 세운 공간이다. 김환기 재단에 대해 썼을 때도 느꼈던 내용이지만, 미술이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라 모두에게 공유되는 공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공간 중에 하나다 미술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술관이 어렵고 낯선 곳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쉽게 들릴 수 있는 위로의 공간, 즐거움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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